천관산 2095차 산행, 100대 명산의 진짜 매력을 느낀 이유

산행을 시작하며, 왜 하필 천관산이었나

지난주 토요일, 새벽 5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밖은 아직 캄캄했지만 마음은 벌써 설레고 있었다.

2095번째 산행을 기록 중인 지인의 초대를 받아 전남 장흥의 천관산으로 향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천관산이 100대 명산에 속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우리나라 남도에는 워낙 유명한 산들이 많지 않은가. 지리산, 월출산, 두륜산...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천관산이 대단할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달았다.

천관산은 높이가 723m로 그리 높지 않지만, 그 매력은 고도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낮은 고도 덕분에 접근성이 좋고, 초보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날 산행은 천관산 주차장에서 출발해 천관사(天冠寺)를 거쳐 정상인 깃대봉까지 오르는 코스였다. 총 거리는 약 5.2km, 소요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천천히 올랐다.

구분 내용
산행일자 2024년 10월 19일 (토)
산행코스 천관산 주차장 → 천관사 → 깃대봉 → 바람재 → 원점회귀
총 거리 5.2km
소요시간 3시간 30분 (휴식 포함)
난이도 초급-중급
추천 시즌 봄(4-5월) 철쭉, 가을(10-11월) 단풍

처음 20분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졌다. 숲속 길은 시원했고, 공기는 맑았다.

도시에서는 절대 맡을 수 없는 흙 냄새와 풀 내음이 코를 간질였다. 이게 바로 내가 산을 찾는 이유 아닐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힐링이었다.

천관사에 도착했을 때는 약 4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천관사는 664년(신라 문무왕 4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천관산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 절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절 앞마당에 서서 바라본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안개가 살짝 끼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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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산의 지질학적 비밀, 왜 이곳에 기암괴석이 많을까

천관산을 오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기암괴석이었다. 산 중턱부터 정상까지 곳곳에 바위들이 솟아 있어 마치 거대한 조각 공원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바위가 많을까? 궁금증이 생겨 산행 전에 찾아본 자료를 떠올렸다. 천관산은 약 1억 년 전 백악기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산이다.

당시 이 지역은 화산 폭발이 활발했고, 분출된 용암과 화산재가 굳어져 지금의 기반암을 만들었다. 이후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겪으면서 단단한 부분만 남아 지금의 기암괴석이 된 것이다.

특히 천관산에서 유명한 바위는 '문수바위'와 '보현바위'다. 이 두 바위는 천관사 뒤편에 위치해 있는데, 각각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형상화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보면 정말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어 신기할 따름이었다.

암석명 특징 높이 형성 시기 전설
문수바위 사자 머리 형상 약 15m 백악기 문수보살이 사자를 타고 내려왔다는 전설
보현바위 코끼리 형상 약 12m 백악기 보현보살이 코끼리를 타고 설법했다는 전설
깃대봉 정상석 깃발 모양 723m - 임진왜란 때 봉화를 올렸다는 기록
바람재 바위군 병풍처럼 펼쳐진 암벽 약 8-10m 백악기 바람이 항상 불어 바람재라 명명

산을 오르면서 만나는 바위들은 각자 다른 모양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바위는 거북이처럼 보였고, 어떤 바위는 마치 사람이 앉아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이런 기암괴석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참을 올라도 또 다른 바위가 나타나 감탄을 자아냈다.

흥미로운 점은 천관산의 바위들이 대부분 화강암이라는 것이다. 화강암은 단단하고 풍화에 강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형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천관산은 다른 산들에 비해 바위의 보존 상태가 매우 좋다. 실제로 국립공원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천관산의 암석 풍화 속도는 연간 0.01mm 미만으로,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고 한다.

이런 지질학적 특성 덕분에 천관산은 등산객뿐만 아니라 지질학자들에게도 연구 가치가 높은 곳이다. 산을 오르면서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천관산만의 매력이 아닐까.

깃대봉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그리고 깨달음

정상인 깃대봉(723m)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9시 40분이었다. 날씨는 맑았지만 바람이 꽤 강하게 불었다.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도 차례를 기다려 한 장 남겼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남쪽으로는 장흥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멀리 바다가 보였다.

동쪽으로는 천관산의 능선이 길게 뻗어 있었고, 서쪽으로는 영암과 해남의 산들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운해(雲海)였다.

정상에 올랐을 때 마침 구름이 산 아래에 깔려 있어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구름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바다는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이런 풍경을 보니 '역시 100대 명산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방향 조망 포인트 거리 특징
남쪽 장흥읍, 득량만 약 15km 강진만과 득량만이 맞닿는 지점
동쪽 천관산 능선, 문수바위 약 3km 기암괴석이 장관인 능선
서쪽 영암 월출산, 해남 두륜산 약 30km 남도의 대표 명산들이 한눈에
북쪽 장흥군 내동면 일대 약 10km 논과 밭이 펼쳐진 전형적 농촌 풍경

정상에서 20분 정도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옆에 앉은 아저씨가 "여기서 보는 일출이 정말 좋다"며 "새벽 5시에 올라오면 태양이 바다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귀띔해주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다음 번에는 꼭 일출을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오르막에서는 보지 못했던 바위들의 뒷모습이 보였고, 햇빛의 각도가 달라져 바위들의 색깔도 다르게 보였다. 등산의 재미는 바로 이런 점에 있는 것 같다.

같은 길도 여러 번 걸으면 매번 다른 느낌을 준다. 다른 내용도 보러가기 #2

천관산 vs 다른 100대 명산, 진짜 비교해보니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에는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처럼 웅장한 산도 많다. 그런 산들과 비교하면 천관산은 확실히 규모에서 밀린다.

하지만 천관산만의 독특한 매력이 분명 존재한다. 첫째, 접근성이 좋다.

천관산은 장흥읍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주차장도 넉넉하고,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산이라는 점이 큰 장점이다. 둘째, 경관이 다양하다.

천관산은 바위, 숲, 사찰, 바다까지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특히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다른 내륙의 명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셋째,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다. 천관사는 1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로, 산행과 함께 문화 탐방도 즐길 수 있다.

절 주변에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도 여러 점 있다.

비교 항목 천관산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높이 723m 1,915m 1,708m 1,947m
등산 난이도 초급-중급 중급-고급 중급-고급 중급
소요 시간 3-4시간 8-10시간 6-8시간 5-6시간
접근성 ★★★★★ ★★★☆☆ ★★★☆☆ ★★★☆☆
경관 다양성 ★★★★☆ ★★★★★ ★★★★★ ★★★★☆
역사 문화 ★★★★☆ ★★★★☆ ★★★☆☆ ★★★☆☆

실제로 100대 명산을 50개 정도 다녀온 지인의 말에 따르면, 천관산은 '가성비 좋은 명산'이라고 한다. 높지 않은 고도에 비해 볼거리가 풍부하고, 접근성도 좋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천관산의 등산로는 전반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지만, 일부 구간은 낙석 위험이 있다.

특히 비 온 후에는 바위가 미끄러워 주의해야 한다. 또한 정상 부근은 바람이 강하므로 방풍 자켓은 필수다.

산행 후기, 그리고 다시 가고 싶은 이유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든 생각은 '또 오고 싶다'는 것이었다. 천관산은 처음 방문했지만, 벌써 다음 방문이 기다려지는 신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돌아와서 천관산에 대해 더 알아보니, 이 산은 2013년에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선정되었고, 2018년에는 '장흥군 8경' 중 제1경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또한 매년 4월이면 철쭉이 만개해 '천관산 철쭉제'가 열린다.

이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먹거리 장터가 열려 산행과 함께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고 한다. 다음 방문 때는 꼭 철쭉이 만개한 4월에 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일찍 출발할 계획이다. 2095차 산행을 이끌어준 지인은 "천관산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며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푸른 숲,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까지 사계절 내내 매력이 넘친다"고 귀띔했다.

계절 추천 포인트 준비물 별점
봄 (4-5월) 철쭉 군락, 진달래 카메라, 간편복 ★★★★★
여름 (6-8월) 시원한 계곡, 푸른 숲 물, 모자, 선크림 ★★★★☆
가을 (10-11월) 단풍, 억새 방풍 자켓, 장갑 ★★★★★
겨울 (12-2월) 설경, 맑은 조망 아이젠, 방한복 ★★★★☆

천관산은 높지 않지만, 그 낮은 높이 덕분에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산이다. 가족 단위로 와도 좋고, 혼자서 조용히 산행을 즐기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자연이 빚어낸 기암괴석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제 2095차 산행이 끝났다.

하지만 내게는 첫 번째 천관산 산행이었다. 앞으로 몇 번 더 방문할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매번 다른 얼굴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게 바로 등산의 매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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