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이태리회관, 아침부터 디저트까지 놓치면 후회할 메뉴 3가지

아침 8시 30분, 나는 왜 이곳에 도착했을까

남해 여행 둘째 날 아침. 숙소에서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늘 아침은 뭘 먹지?"였다. 보통 여행 가면 호텔 조식이나 동네 빵집을 찾는 게 일상인데, 이번엔 달랐다.

우연히 검색하다 발견한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독일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이태리회관.

이곳의 특별함은 오전 8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조식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통 점심 11시 30분, 저녁 5시부터 오픈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그런데 이곳은 다르다.

아침부터 문을 열어 이탈리안 스타일의 조식을 즐길 수 있게 해놨다. 실제로 도착해 보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테이블이 이미 차 있었다.

대부분 30-40대 커플이나 가족 단위 손님들이었다. 혼자 온 여행객도 눈에 띄었는데, 1인용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는 구조였다.

조식 가격은 모두 10,000원으로 통일되어 있다. 메뉴는 두 가지.

메뉴명 구성 가격 특징
Colazione A 라구 키쉬, 샐러드, 해시브라운, 커피 10,000원 일 10인 한정 판매
Colazione B 빵, 스프, 샐러드, 해시브라운, 커피 10,000원 추가 주문 가능

특히 Colazione A는 하루 10인 한정이라 늦게 가면 못 먹을 수도 있다. 내가 아쉬웠던 건 더 일찍 오지 못한 점이었다.

10시가 넘어 도착했더니 이미 Colazione A는 품절. "아, 이럴 줄 알았으면 8시에 출발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실망은 잠시. 이곳의 진짜 매력은 조식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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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밀라노식 커틀릿과 까사레체 파스타의 조화

점심 메뉴는 단 하나. 바로 Pranzo(19,800원)다. 이 메뉴 하나로 밀라노식 쇠고기 커틀릿과 라구 파스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순간, 첫인상은 "양이 꽤 많네"였다. 넓은 접시 위에 올라간 커틀릿과 옆에 놓인 파스타, 샐러드, 프렌치프라이까지.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울 정도의 양이었지만, 둘이 나눠 먹기엔 딱 좋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까사레체 파스타였다. 처음 봤을 때는 "아, 그냥 동그란 파스타구나" 싶었다.

그런데 먹다 보니 모양이 특이했다. S자 형태로 꼬여 있는 파스타면. 나중에 알고 보니 '까사레체(casarecce)'는 이탈리아어로 '집에서 만든'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칠리아 지방에서 유래한 파스타로, 표면이 거칠어 소스가 잘 배는 특징이 있다.

항목 설명
파스타 종류 까사레체 (Casarecce)
소스 화이트 라구 소스
식감 쫄깃하고 탱글함
추천 조합 밀라노식 커틀릿과 함께

화이트 라구 소스는 보통 토마토 베이스의 라구와 달리, 크림과 고기가 어우러진 부드러운 맛이었다. 일반적인 라구 파스타가 걸쭉하고 진한 느낌이라면, 이곳의 화이트 라구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담백했다.

파스타 면발이 소스를 잘 머금어서 한 입 먹을 때마다 고소함이 입안에 퍼졌다. 그다음은 밀라노식 쇠고기 커틀릿(Cotoletta alla milanese). 이 요리의 역사를 잠깐 찾아보니, 밀라노 지방의 전통 요리로 오스트리아의 슈니첼과 비슷한 계열이라고 한다.

얇게 편 쇠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요리인데, 이곳에서는 미디움 정도로 속이 덜 익은 상태로 나왔다. 처음에는 살짝 당황했다.

우리나라에서 쇠고기 커틀릿 하면 대부분 웰던(완전 익힘)으로 나오니까. 그런데 한 입 베어 물어보니, 오히려 이게 더 맛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의 대비가 확실했다.

만약 핏기에 거부감이 있다면, 주문할 때 미리 익힘 정도를 말하는 게 좋겠다. 이 점심 메뉴 하나면 식사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끝내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디저트, 3,000원짜리 티라미수의 반란

사실 이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여기다. 이태리회관의 디저트 메뉴는 가히 혁명적이다.

원래 계획은 식사 후 근처 카페를 찾아가는 거였다. 그런데 계산하려고 메뉴판을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메뉴 가격
에스프레소 2,500원
아메리카노 3,500원
라떼 4,500원
티라미수 3,000원
판나코타 3,500원
쉬폰 2,500원

티라미수가 3,000원? 이 가격이면 동네 카페에서도 찾기 힘들다. 보통 카페에서 파는 티라미수는 최소 6,000-8,000원인데, 여긴 절반 이하다.

게다가 에스프레소 메뉴 중에는 카페 에스프레소 콘 쥬케로(설탕 넣은 에스프레소), 카페 콘 판나(에스프레소에 생크림 얹은 것), 그라니따 알 카페 콘 판나(에스프레소 슬러시에 생크림) 같은 특별한 메뉴들이 줄지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무난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겠지만, 오늘은 다르게 가기로 했다.

이곳까지 왔으니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싶었다. 주문한 건 그라니따 알 카페 콘 판나그라니따 알 리모네(레몬 슬러시), 그리고 티라미수.

그라니따 알 카페 콘 판나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이 맛이구나' 싶었다.

찐한 더위사냥에 생크림을 얹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에스프레소의 쌉쌀함과 슬러시의 차가움, 생크림의 부드러움이 삼박자를 이뤘다. 특히 여름에 먹기 딱 좋은 메뉴였다.

그런데 진짜 깜짝 놀란 건 레몬 슬러시였다. 단맛이 거의 없고 엄청 새콤했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한 잔 더 시켰을 정도다. "셋이서 한 잔을 나눠 먹기엔 아깝다"는 게 내 솔직한 생각이었다.

티라미수는 말할 것도 없었다. 3,000원짜리 디저트에서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올 줄은 몰랐다.

부드러운 크림과 적당히 적셔진 시트, 그리고 코코아 가루의 은은한 쓴맛까지. "집 근처에 이 가게가 있었다면 매일 왔을 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른 내용도 보러가기 #2

가족 여행객을 위한 배려, 아기의자와 1인석

레스토랑을 고를 때 가족 단위 여행객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아기 편의 시설이다. 이태리회관은 이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아기의자가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도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식사하고 있었다.

직원이 친절하게 아기용 파스타를 서비스로 내줬는데, 이런 세심함이 인상 깊었다. 또 하나 눈에 띈 건 1인용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혼밥을 하는 여행객에게는 큰 장점이다. 보통 이탈리안 레스토램은 단체 손님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서, 혼자 가면 어색한 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곳은 다르다. 창가 쪽에 1인용 테이블이 따로 배치되어 있어서 혼자 와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

편의 시설 상세
아기의자 넉넉하게 준비, 모든 테이블에서 사용 가능
1인석 창가 쪽 별도 배치, 뷰 감상 가능
단체석 4-8인 테이블 다수, 회식 가능
꽃내 하천 조망, 한적한 분위기

창밖으로 보이는 꽃내 하천의 풍경도 이곳의 매력 중 하나다. 작은 하천이 천천히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선택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이태리회관은 단순히 '맛있는 이탈리안 음식을 파는 곳' 이상이다. 조식, 점심, 디저트까지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아침에는 10,000원짜리 조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점심에는 밀라노식 커틀릿과 까사레체 파스타로 배를 채운 뒤, 3,000원짜리 티라미수와 특별한 에스프레소 메뉴로 마무리하는 코스. 이 모든 게 한 장소에서 가능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점심 메뉴가 단 하나라는 점이 아쉬울 수 있다. 다양한 메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선택지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하나가 완성도 높게 나온다면, 굳이 여러 가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겠나 싶다. 또 하나, 조식 Colazione A는 일 10인 한정이라 늦으면 못 먹는다.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면, 아니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익숙하지 않다면 차라리 Colazione B를 목표로 가는 게 현명하다. 남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곳을 코스에 꼭 넣어보길 권한다.

독일마을과 가까워서 관광 동선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식사 후에는 꽃내 하천을 따라 산책할 수 있고, 차로 5분 거리에는 남해 독일마을이 있어 둘러보기에도 좋다.

다음에 다시 남해를 방문한다면, 나는 꼭 아침 8시에 도착해서 Colazione A를 먹고, 그라니따 알 카페 콘 판나와 티라미수를 또 시킬 거다. 그날을 위해 오늘도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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